

3/8 여성의 날을 기념해 만난 싱어송라이터 이설아, 한그린, 위수, 손효진
2026-03-08 • 양경서
3/8 여성의 날을 기념해 만난 싱어송라이터 이설아, 한그린, 위수, 손효진
2026-03-08 • 양경서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서로 다른 시간과 경험을 지나온 네 명의 여성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싱어송라이터 이설아, 위수, 손효진, 한그린. 무대 위에서 위로와 울림을 전해오던 그들의 목소리가, 이번에는 한 걸음 더 가까운 자리에서 이야기를 건넵니다. 이들이 전하는 목소리가 또 다른 어느 여성의 오늘을 살아갈 힘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효진: 안녕하세요, 저는 밴드 문없는집에서 노래를 하고 있고, 싱어송라이터로도 활동 중인 손효진이라고 합니다.
위수: 안녕하세요, 싱어송라이터 위수입니다.
설아: 안녕하세요, 음악 만들고 있는 이설아입니다.
그린: 안녕하세요, 싱어송라이터 한그린입니다.
Q. 여러분은 요즈음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효진: 저는 이번 주에 이렇게 멀리 나온 게 처음인 것 같아요. 요즘 계속 틀어박혀서 작업하고 있고요. 밴드 앨범 작업이랑 장편 영화 음악 작업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위수: 저도 올해 앨범이 나와서 앨범 작업을 열심히 하는 중이고, 또 영화 음악 작업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설아: 저도 새 프로젝트 준비에 몰두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겨울 동안 건강을 잃지 않으려고 수면 시간 확보하기, 밥 해 먹기…이런 것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그린: 저도 요새 계속 작업하고 있고요. Mombrimz라는 새로운 밴드를 결성해서 활동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여성의 날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이유와 소감이 궁금해요.
효진: 제가 음악 활동을 하면서 가지고 있던 큰 목표 중 하나가 여성 동료들을 많이 만드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정말 반가웠어요. 또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자리에 제가 함께하는 것도 의미 있는 기회인 것 같아서,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위수: 저는 친구가 없어서…(웃음) 동료 뮤지션 한 사람, 한 사람이 되게 소중한데요. 같은 성별을 가진 여성 뮤지션들이 모이는 프로젝트라고 해서 바로 함께하겠다고 했던 것 같아요.
설아: ‘나를 살린 여성의 목소리’라는 키워드가 너무 좋았고요. 함께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사실 대기하면서도 금세 친해졌거든요. 역시 감사한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린: 제가 노래를 들려드릴 일이 많지 않았는데, 특별히 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멋진 뮤지션분들과 함께하게 돼서 기쁩니다.
Q. 모두 인디 씬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평소 다른 여성 싱어송라이터와도 종종 교류하시는 편인가요?
위수: 예전에 친구의 소개로 여자 싱어송라이터 모임에 나간 적이 있었어요. 씬에서 여성 뮤지션들이 겪는 고충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고, 서로 위로하고 격려해주는 자리라서 기억에 남는데요. 그 모임에서 제가 활동 이력이 두 번째로 많은 사람이더라고요. 대부분 후배분들이었는데, 특정 시기에 겪는 고충을 털어놓는 분들께 제가 해줄 수 있는 말들이 있어서 그런 말들을 나누고 왔던 것 같아요.
설아: 저도 비슷해요. 차 마시면서 서로 어떻게 지냈는지 묻는 것 자체가 큰 교류라고 생각하고요. 그게 아니더라도 SNS로 근황을 챙기고, 서로의 작업물을 듣고 어땠다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연결되는 감각을 느끼며 지내는 것 같습니다.
SNS로는 주로 어떻게 교류하시나요?
설아: 좋아하는 분들 팔로우하고…제가 INFP라서 음침하게(?) 좋아요 누르고, 표현하고, 인사할 일 있으면 인사하고…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Q. 솔로로 활동하다 보면 때로는 외로운 순간도 있을 것 같아요. 인디 씬에서 솔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며 마주했던 어려움이 있었다면요?
효진: 저는 밴드로 시작하긴 했지만, 혼자 공연을 할 때 다른 악기 연주와 함께 하고 싶어도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도 없고… 그런 게 제일 피부로 와닿는 힘든 점이었어요. 지금도 공연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해보고 싶은데, ‘아무 인연도 없는데 먼저 말을 걸어도 되는 건가?’ 고민하게 되고요. 그래도 다가가는 수밖에 없겠죠.
위수: 혼자라서 모든 걸 다 감당해야 한다는 게 외로울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또 저는 이상하게 동갑인 여성 뮤지션이 잘 없었어요. 그게 좀 외로웠는데, 요새 한 명을 찾아서 집착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누구신가요?
위수: 신인류의 신온유님이요. 동갑이라 금방 친해졌던 것 같아요.
설아: 저도 활동하면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많은데, 의견을 공유할 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공연장에 혼자 갈 때도요. 혼자 있으면 긴장도가 높아질 때가 있거든요.
그린: 저도 혼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Q. 설아님과 위수님은 데뷔한 지 어느덧 10년 정도가 지났잖아요. 데뷔 초의 인디 씬과 지금의 인디 씬을 비교했을 때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위수: 예전보다 자기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진 것 샅아요. 예전엔 주로 공연을 통해 자신을 알렸다면, 지금은 자기 어필을 할 수 있는 방향이 다양해진 것 같아요.
설아: 노출 방식도, 속도도 많이 달라졌다고 느껴요. 호흡이 느린 것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졌냐고 물어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기도 해요. 대신 그것들을 보거나 듣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눈에 띌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더 많아진 것 같아요.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스스로를 지킬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Q. 효진님과 그린님은 지금 ‘나’의 음악, 또는 음악을 시작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던 롤모델 선배 여성 뮤지션이 있나요?
효진: 중학생 때 인디 음악에 빠져서 2010년대 초반 팀들을 거의 다 들었어요. 밴드로는 자우림의 음악을 많이 들었고, 김윤아님의 솔로 앨범도 좋아했고요. 캐스커, 장필순, 요조… 해외 뮤지션 중에는 사라 맥라클란, 시네이드 오코너 같은 힘 있는 여성 뮤지션의 목소리를 좋아했어요. 당시 여성 보컬은 가녀린 목소리일 것이란 편견이 있었을 텐데, 그걸 뒤집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어요. 저도 성량이 큰 편이라, 나중에 밴드를 하게 된다면 목소리로 힘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환상도 있었어요.
이젠 환상이 아니고 그런 힘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되셨잖아요.
위수, 설아, 그린: 멋져요.
그린: 저는 롤모델이 참 많은데요. 처음 롤모델은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가수인 다이애나 크롤이었어요. 그분의 내한 공연을 처음 보고, 혼자서 무대를 이끄는 에너지에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 포크 음악을 시작하게 되면서 전진희 교수님께도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Q. 앞으로 다른 여성 뮤지션들과 함께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을까요?
효진: 주제는 크게 상관 없지만, 모임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 생각나는 건 등산 모임이요. 건강도 챙기고 도시락도 나눠 먹고… 여러모로 서로를 살릴 수 있는 활동 같아서요. 등산이 싫으면 독서 모임도 괜찮고, 관악기 모임도 좋고요.
효진님과의 등산 모임에 참여하실 분?
위수, 설아, 그린: 저요!
위수: 저는 뜨개질 모임이요. 최근에 뜨개질에 빠졌는데, 평소에도 생각이 많은 뮤지션들에게 필요한 취미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단순 반복으로 잠깐의 명상을 하는 느낌이라 머리가 비워지기도 하고요. 또 뮤지션들은 결과물이 있어야 하거든요. (웃음) 그런 뿌듯함도 공존할 수 있기 때문에 말없이 뜨개질 뜨는 모임을…제가 추구미가 I(내향)라서 한 번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설아: 저는 경계 없이 모여서 협업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각자 골조만 가져와 자유롭게 소리를 얹기도 하고 빼기도 하면서 작업하면 어떤 소리가 나올지 궁금해요.
그린: 전 최근에 밴드를 결성했잖아요. 그래서 효진님의 밴드 문없는집과 합동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효진: 꼭 연락 주세요.
Q. 이번 프로젝트 슬로건이 '나를 살린 여성의 목소리'잖아요. 여러분을 살린 여성의 목소리는 무엇인가요?
설아: 김정미님의 ‘햇님’이요. 시대적으로 검열이 심할 때 나온 음반인데, 계속해서 ‘다음’을 노래하는 노랫말과 목소리가 지금을 살고 다음 챕터로 가고 싶게 만들어 주어요. 그래서 ****이 노래에 많이 기댔었습니다.
그린: 저를 요새 살아가게 하는 여성 뮤지션이 있는데요, 조니 미첼이요. 요즘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많이 지쳐 있었거든요. 최근에 ‘Both Sides Now’라는 노래를 커버하면서 가사를 읊어보았는데, 빠른 변화 속에서 놓치고 있던 자연과 아름다움을 다시 느끼게 되었어요.
효진: 저는 설아님의 ‘배웅’이요. ‘일어날 자신이 생깁니다 / 빨래가 돌아가고 / 강아지는 밥을 먹고’라는 가사가 있는데요. 제가 무기력할 때 그 노래를 누워서 듣고 있다가, ‘그래, 나도 할일을 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일어났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세탁기도 실제로 돌아가고 있었고요. 그렇게 일상에서 노래로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저한테는 ‘야, 일어나!’ 하고 일으켜 세워준 노래였답니다.
위수: 신기하게, 저도 세탁기 앞에서 들은 노래를 생각했거든요. 이소라의 ‘아멘’인데요. 학교 생활을 하면서 자취 중이었는데,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이 겹친 상태였어요. 저는 오히려 너무 슬프면 울지 말아야지, 하고 감정을 숨기는 편이거든요. 근데 그러니까 사람이 고장나더라고요. 그때 노래를 랜덤으로 틀어놓고 세탁기를 돌리고 있었는데 이 노래가 나왔고, 그 자리에서 펑펑 울어버렸어요. 다 울고 나니까 오히려 괜찮아지더라고요. 제 감정을 솔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 노래라서, 저를 살린 목소리라고 생각해요.
효진: 세탁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예전에 읽었던 현경 교수님의 책이 떠올랐어요. 그 책에서는 여성들의 살림살이, 이를테면 밥을 짓고 빨래를 하는 일상이 결국 나를 살리는 행위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는 삶을 주는 사람들이라는 대목이 특히 기억에 남았어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살림’이라는 단어는 분명 힘을 지니고 있는 말 같아요. 그래서 저는 ‘나를 살린 여성의 목소리’라고 했을 때, 그 ‘살린다’는 표현이 단순히 구해낸다는 의미를 넘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뜻으로도 느껴졌어요.
Q. 반대로 내 음악, 내 목소리가 살린 여성이 있다면, 그녀에게 해주고픈 말은요?
효진: 제 생명력을 공유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위수: 멀리서라도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게 저한테도 큰 힘이에요. 계속 열심히 하겠습니다.
설아: 스스로의 시간을 잘 살아온 자신을 칭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린: 어제보다 더 나은 마음 속 작은 평화가 깃들기를 바랍니다.
2014년 데뷔 이후 일상 속 작은 감정들을 길어 올리며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온기를 노래해온 설아와, 2021년에 음악을 시작해 제주에서 자란 자연의 결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그린. 선후배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듣고 싶었던 이야기, 그리고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Q.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그린: 언니 같아서 너무 좋아요. 친언니 같은 느낌이에요. 저는 예전부터 설아님을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함께하게 되었다고 들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설아: 다람쥐를 입양한 것처럼,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어요. 이번 프로젝트를 제안받고 그린님의 노래를 찾아 들어봤는데, 너무 좋아서 바로 반했습니다.
Q. 이번 공연에서 선후배 페어로 함께 무대에 서게 되었는데요. 이번 무대에서 가장 기대되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그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포크 케미가 되지 않을까요? (웃음)
설아: 멋지다. 저는 무대에서 음악적으로 교류하는 것도 그렇고, 이렇게 서로 알아가고 아는 사이가 된다는 점 또한 기대되었어요. 어떻게 지내왔는지 이야기 나눌 수 있고, 대기하면서도 그런 대화를 계속하고 있거든요.
Q. 서로에게 자신의 곡을 한 곡씩 추천해준다면요?
그린: ‘어제의 평화’를 추천하고 싶어요. 제가 마음이 요동칠 때 자주 듣는 노래인데, 설아님께도 그런 날이 오면 평정심을 전해드리고 싶어서요.
설아 ‘절망에서 희망으로’라는 곡을 추천하고 싶어요. 저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들에 큰 의지가 되었다는 누군가의 마음을 받아 만든 노래인데, 그린님에게도 그런 마음을 주고 싶었습니다.
Q. 서로에게 꼭 한 번 묻고 싶었던 질문이 있었나요?
그린: 지금까지 오랫동안 음악을 해올 수 있었던 원천이나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어요.
설아: 처음엔 나 자신을 위해 음악을 시작한 것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마음이 결국 ‘우리’를 향하게 되더라고요.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우리를 위한 이야기는 무엇일지 고민하며 지속하고 있습니다.
설아: 저는 이제는 풋풋함과는 조금 멀어졌다고 느끼는데, 아직 ‘풋풋함’이 남아있는 지금의 그린님이 창작을 이어가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궁금했어요.
그린: 지금의 저는 열정이 있는 것 같아요. 뭐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서, 뭐라도 해보려고 하는 중입니다.
설아: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웃음)
Q.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인디 씬 싱어송라이터로서, 서로에게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설아: 저는 이제 팬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앞으로도 음악을 많이 들려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린: 설아님은 저보다 먼저 이 길을 시작하셨고, 저도 앨범을 많이 들으면서 좋은 길잡이를 얻었어요. 앞으로 혹시 역경이 오더라도 담담하게 잘 걸어가셨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드리고 싶습니다.
Q. 설아님의 곡들은 일상에서 길어올린 감정들이 담겨져 있는 것 같아요. 주로 언제, 어떤 순간에 영감을 받으시나요?
일상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결국 영감이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재료를 찾는 사람처럼, 그 재료들을 마음속 곳간에 쌓아두는 편이에요. 어떤 곡은 강렬한 경험 하나로 확 펼쳐지기도 하고, 어떤 곡은 여러 재료가 버무려져 새로운 조합으로 태어나기도 해요. 좋은 재료를 찾으려 애쓸 때도 있고, 가진 재료가 마음에 들지 않아 괴로울 때도 있고요. 때로는 그런 저 자신이 또 하나의 재료가 되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요.
Q. 요즈음의 삶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설아님의 곡이나 가사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요즘은 앨범 작업 중이라 일상이 비교적 단조로운 편이에요. 제 노래 중에 〈작은 자유〉라는 곡이 지금 제 상태와 가장 가깝다고 느껴요. ‘겨울과 봄 사이 안녕을 두고 절대적인 사랑 이 골목에 쌓아두고’라는 가사가 있는데, 그 문장이 사랑을 쌓고자 하는 지금의 저와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Q. 설아님의 노래에는 슬픔과 절망을 담으면서도 결국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온기가 남는 것 같아요. 설아님이 생각하는 위로와 희망은 무엇인가요?
슬픔이나 절망을 축소하거나 가리고 싶지는 않아요. 오히려 그것을 드러내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저 역시 그런 노래들을 통해 위로를 받아왔고요. 제가 말하고 싶은 희망은 ‘행복해질 수 있는 명쾌한 답’보다는, 그 방향이 어디인지 찾아가는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위로 역시 서로를 더 살피고, 때로는 어둠 속에 함께 머물러주는 형태라고 생각해요.
Q. 정규 2집 타이틀곡 ‘친구야’에서 김사월님과 함께 작업하셨는데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사월님께 처음 곡을 들려드렸던 날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다른 일정을 마치고 함께 길거리를 걷다가 조심스럽게 곡을 들려드렸는데, 다 듣고 나서 사월님 눈가가 글썽이시더라고요. 결국 거리에서 안고 같이 울었어요. 곡에 대한 설명을 따로 하지 않았음에도, 곡에 담긴 마음을 다 알아주시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 정말 고마웠습니다.
Q. 또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여성 아티스트가 있을까요?
꿈을 크게 꾸자면 이소라님과 꼭 한 번 작업해보고 싶습니다.
Q. 그린님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음악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특별히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아버지가 음악을 좋아하셔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어요. 피아노를 배우고, 동경하는 뮤지션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꿈을 키우게 된 것 같습니다.
Q. 데뷔곡 ‘오고생이’는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이 단어가 그린님의 첫 노래 제목이 되기까지, 어떤 마음과 시간이 담겨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오고생이는’ 저의 고향인 제주 방언인데요, 아버지와 숲을 산책하다가 알게 된 단어예요. 이 곡은 스무 살 때 서울에 올라와 혼자 지내면서 고향을 많이 그리워하던 시기에 쓴 곡입니다.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라는 뜻처럼, 저도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남아 있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Q. 최근 발매한 그린님의 첫 EP 〈FARMER〉를 통해 나누고 싶었던 감정은 무엇인가요?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농부에 비유한 앨범이에요. 땅이 척박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Q. 그린님은 자연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 것 같아요. 그린님에게 자연은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자라온 환경이 자연과 가깝기도 했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음악 역시 고요함 속에서 찾으려고 하는 거 같아요. 자연에 영적으로 몸과 마음을 맡기기도 하는 거 같아요.
Q. 앞으로 음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요?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음악을 계속 보여주고 싶어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담은 앨범을 많이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햇빛처럼 단단해진 위수와 문장의 조각들을 차곡차곡 모아 노래로 만드는 효진. 서로의 음악을 이미 오래전부터 듣고 있었던 두 사람은 이번 만남을 계기로 서로의 ‘앞으로’를 응원해주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Q. 서로에 대해 처음 알게 된 순간은 언제였나요?
효진: 저는 2018년부터 위수님의 음악을 들어왔어요. 워낙 잘 알려진 분이기도 하고, 평소에도 좋아하던 아티스트라 함께하게 되어 정말 반가웠습니다.
위수: 저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효진님의 음악을 들어보려고 하다가, 음원 사이트에서 이미 문없는집 노래 중에 좋아요를 눌러둔 곡이 있더라고요. “아, 이 노래!” 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Q.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효진: 위수님은 웃는 표정이 정말 화사하신 것 같아요. 햇빛 같다고 느꼈어요. 노래를 들었을 때는 굉장히 내향적이실 줄 알았는데, 직접 만나보니 토크도 잘 이어주시고 외향적인 면이 반전이어서 좋았어요.(웃음)
위수: 아까 대기실에 효진님이 들어오셨을 때, 되게 귀여운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웃음도 많고 미소가 수줍고 예쁘신 것 같아요.
Q. 페어 무대를 함께 서게 되었는데, 가장 기대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효진: 한 무대를 함께 선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많이 떨려요. 같이 노래를 해볼까 고민 중인데, 조금 의외의 곡을 해보면 어떨까 기대하고 있어요. 서로의 노래를 바꿔 부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요. 위수님 목소리로 듣고 싶은 제 노래가 있습니다.
위수: 그동안 다른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공연은 많았지만, 이렇게 한 무대를 온전히 함께 서는 일은 거의 없었어요. 그 자체가 설레는 경험인 것 같습니다.
Q. 서로에게 자신의 곡을 한 곡 추천한다면요?
위수: ‘지나간 여름을 안타까워마’를 추천하고 싶어요. 저는 “이미 지나온 길은 너무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가자”는 말을 자주 하는데요. 활동을 하다 보면 과거의 실수 같은 것들에 아쉬움이 많이 남잖아요. 그런 것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계속 나아가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효진님께 이 곡을 추천하고 싶었습니다.
효진: 저도 비슷하게 ‘미래에 Pt.2’를 추천하고 싶어요. 제가 나이가 들었을 미래의 시점을 상상하며 쓴 노래예요. 지나온 곳들, 지나갈 것들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고 서로의 곁을 지키며 함께 살아가자는 노랫말이 담겨있습니다.
Q. 서로에게 평소 묻고 싶었던 질문이 있다면요?
효진: 저는 위수님께 10년 동안 음악을 계속하게 만든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했어요.
위수: 아무래도 팬분들인 것 같아요. 제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그분들을 위해 계속 곡을 만들게 되는 과정의 반복이 저를 움직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위수: 효진님은 뮤지션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효진: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음악인데, 이 창작 활동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함이 가끔 느껴질 때 조금 힘든 것 같아요.
Q.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인디 씬 싱어송라이터로서, 서로에게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효진: 10년 차이시지만, 앞으로 30년 이상 활동하실 거라고 믿어요.(웃음) 시기에 맞춰 위수님에게 찾아올 변화들도 기대가 되고요. 그 과정에서 저도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위수: 뒤를 너무 돌아보지 말고,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해줬으면 좋겠어요.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때 좋은 음악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앞만 보고 달려갔으면 좋겠습니다.
Q. ‘햇빛 위 빼어날 수’라는 뜻의 이름을 애정하시는 것 같아요. 위수님의 노래에도 '위수'라는 이름이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요?
위수는 제 본명인데요, 어렸을 때는 특이한 이름이라서 놀림을 많이 받고, 별명도 많아서 이름이 싫었던 시기도 있었어요. 활동을 시작할 때 가명을 쓸까 고민하기도 했는데, 주변에서 본명으로 해도 좋겠다고 해서 그대로 시작했어요. 음악을 하면서 점점 제 이름을 사랑하게 되었고, 또 스스로를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햇빛처럼 빼어난’이라는 곡도 제 이름처럼 살 수 있을지 고민하며 쓴 노래랍니다.
Q. 위수님의 곡들에는 구체적인 장면이나 풍경이 담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위수님의 많은 순간들 중, 주로 어떤 풍경이나 순간들이 노래가 되나요?
저는 외향적인 편이고, 밖으로 나가는 걸 좋아해요. 주로 자연적인 사물들에서 영감 받는 것 같아요. 집 주변의 호수 공원을 자주 걷기도 하는데요, 그곳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습니다.
Q. 위수님의 곡 제목들 중에는 유독 말을 건네는 듯한 한글 곡 제목들이 많았어요. 제목을 지을 땐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제목 짓는 게 정말 어려워요. 곡을 완성한 뒤에 여러 번 들어보면서, 이 노래에서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그 지점을 제목으로 삼으려고 해요.
Q. 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이번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해주신 설아, 효진, 그린님과 어울리는 위수님의 곡과 그에 담긴 이야기가 있을까요?
‘흐르는 시간 속에 우리는 아름다워’가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계속 노래를 만들고, 결과를 다듬다 보면 정작 아티스트가 자신의 음악을 충분히 즐기지 못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 자체로 이미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그렇게 음악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골라보았습니다.
Q. 올해로 데뷔 10년 차를 맞이하셨어요.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비교해본다면,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10주년’이라는 말이 크게 느껴져서 뭔가 대단한 걸 보여줘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있었어요. 그래서 작업도 잘 안 되고 스스로를 틀에 가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0년은 그저 시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거대한 의미라기보다, 앞으로 계속 음악을 해나갈 여러 해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Q. 언젠가 가사가 궁해지면 들여다보는 ‘가사 주머니’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 주머니에는 언제, 어떤 말들이 쌓이는 편인가요?
산책할 때, 샤워할 때, 이동할 때처럼 생각이 자유로워지는 순간에 가장 많이 떠올라요.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적어둔 문장도 있고요. 완성된 가사 형태는 아니지만, 여러 문장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노래가 되는 것 같아요. “무덤의 암막에 덮이기 전에 빛으로 눈을 채워 / 너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 때 / 몸을 떨며 느낄 수 있을 때 / 삶을 사랑해줘” 같은 문장도 있고요. “왜 자꾸 자니” 같이 아주 짧은 문장도 있어요. (웃음)
Q. 가사 주머니에서 실제 가사로 탄생한 곡이 있다면요?
가사 주머니 속 조각들만 모아서 만든 미발매곡이 있어요. 제목도 〈조각들〉인데, 문장들을 퍼즐처럼 이어 붙인 곡입니다.
Q. 밴드 문없는집의 보컬로도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밴드 음악과 효진님의 솔로 음악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밴드는 다른 멤버들과 함께 작곡을 하는데, 평소 혼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장르를 실험해볼 수 있어요. 반면 솔로는 다른 사람들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있고요. 박자나 호흡도 비교적 더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점이 좋습니다.
Q. 최근 발매한 싱글 '낙하'에 담긴 이야기도 궁금해요.
가장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에 ‘지금 여기서 삶이 끝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어요. 그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눈을 감자는 마음으로 쓴 곡입니다. 때로는 눈을 감았을 때 더 선명히 느껴지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 노래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낙하’는 서로에게 떨어지는 상황, 서로를 끌어당기면서 오히려 서로를 더 또렷하게 기억하게 되는 황홀한 순간입니다.
Q. 앞으로 솔로로서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혼자 공연할 때 직접 영상을 만들어 무대와 결합해보고 싶어요. 공연장 형태가 아닌 공간에서도 공연을 해보고 싶고요. 큰 무대에 대한 욕심보다는,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첫 솔로 앨범을 발표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