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핀 아지랑이의 Snake Chicken Soup
Interview

무더위에 핀 아지랑이의 Snake Chicken Soup

Summer, Summer, Summer! 들끓는 여름의 Snake Chicken Soup

2026-08-12노가은

여름은 미화의 계절이다. 뙤약볕에 붉게 익은 피부도, 땀으로 엉망이 된 얼굴도 결국 모두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남는다. 가장 쉬운 여름 미화 방법은, 나의 여름을 간직한 음악을 다시 꺼내 듣는 것.

음악을 통해 누군가는 무더위에 뛰놀던 락 페스티벌을, 누군가는 시원한 해변에 앉아 맥주를 마시던 시간을, 또 누군가는 함께 초록빛 거리를 거닐며 나눈 대화를 떠올린다. 사람마다 기억하는 풍경은 모두 다를지라도, 우리의 여름 속에는 늘 음악이 있다.

밴드 사운드가 태양과 가장 뜨겁게 맞닿는 계절, 여름. 우리의 여름을 간직한 세 팀의 밴드를 만났다. 초록빛 여름을 닮은 12BH, 무더위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의 Snake Chicken Soup, 그리고 시원한 바다를 서핑하는 세이수미.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을, 이들의 음악으로 한 번 더 기억해보자. 여름이 아닌, 여름이 머문 자리를 사랑하는 것일지라도.

무더위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던 아스팔트 위, 오전 11시에 만난 Snake Chicken Soup. 얼굴이 붉게 익고 온몸이 땀에 젖어도 뛰어노는 데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그냥 그 순간이 재밌으니까. 계산보다 재미를, 고민보다 본능을 좇는 이들의 음악은 우릴 기어코 끓어오르게 한다. 여름은 짧다. 일단 뛰자!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최원빈: 노래하고 있는 Snake Chicken Soup와 웨터의 프론트퍼슨 최원빈입니다.

DR: Snake Chicken Soup, 이디오테잎 드러머 DR입니다.

최석: Snake Chicken Soup 베이시스트 최석입니다.

최원빈: 이렇게 셋이 모여서 Snake Chicken Soup가 되었습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소개해 주세요. (웃음)

최원빈: 뱀닭죽으로서 한국의 매운맛을 보여주겠다! 활동하면서 이렇게 처음 소개해 봤어요. (웃음)

Snake Chicken Soup는 2022년에 결성된 밴드지만, 씬에서 오래 활동해 온 멤버들이 모인 경력직 신입이죠. 세 분이 한 팀으로 뭉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DR: 코로나가 끝날 즈음, 계속 집에 있는데 너무 조용해서 최석한테 "시끄러운 거 하자!"라고 연락한 게 시작이었어요. 둘이서 할지 고민하던 와중에, 원빈이를 소개받게 됐죠. 최석이 원빈 인스타를 보여주면서 멤버로 어떠냐고 묻길래, "웨터 따라 하는 애 같아서 별로인데?" 했어요. (웃음) 그런데 실제로 만나보니 꽤 괜찮은 친구여서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됐죠.

최원빈: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웨터라고 설명을 드렸던 기억이 나요. ‘비켜’로 합주를 해보고 1분 만에 같이 하기로 결정했어요. 더 새로운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너무 재밌겠다 싶었죠.

이디오테잎도 충분히 시끄럽고 신나지 않아요?

DR: 옛날에 게토밤즈나 슈가도넛 때 했던 정말 시끄럽고 정신없는 펑크 락 스타일의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최석: ‘Rock Shit’을 하려는거죠.

기존에 실력이 증명된 멤버들이 하는 협업을 ‘과탑들의 조별 과제’라고 하잖아요. Snake Chicken Soup의 팀워크는 어떤가요?

최석: 미친 가성비와 효율성의 팀플.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한의 재미를 뽑아내요. 공연을 세 달 만에 하더라도 공연 전 합주는 두 번만 하고, 곡 작업도 대부분 비대면으로 해요.

그리고 각자의 생각을 하나로 맞추려고 애쓰지 않아요. 제가 기타 리프를 보내면 바로 DR 형이 드럼을 얹고, 원빈이도 자기 스타일대로 작업해서 보내요. 서로의 작업에 이래라저래라 안 하고 존중하는 거죠.

최원빈: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반려가 되기도 하고…

최석: 그건 어쩔 수 없지, 과탑인 후배도 있는 거니까. (웃음)

서로가 생각하는 멤버들의 역할이 궁금해요.

최원빈: 석이 형이 음악 작업 전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리드하는 편이에요. DR 형은 주로 공연 준비를 챙겨주시고요.

최석: DR 형이 공연 셋리스트 초안을 짜면, 원빈이가 의견을 더해 완성해요. 저는 무조건 좋다고 하죠.

DR: 원빈이의 역할은 지각이죠. (웃음)

최석: 원빈이는 뮤직비디오 같은 비주얼 작업을 거의 전담해요. 저희를 데리고 가서 촬영도 하고, 촬영 감독님과 붙어서 디렉팅도 함께하고, 중간에서 저희 의견도 정리해서 전달해 줘요. 저희는 음악이랑 공연 외에는 신경을 못 쓰는데, 원빈이가 잘 챙겨주니까 든든하죠.

최원빈: 저희가 지향하는 음악과 스타일을 작업자분들이 잘 담아주실 수 있도록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고, 소통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멤버들이 각자 어떤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이야기하면서 방향을 같이 맞춰가는 거죠.

최석: 저랑 DR 형은 “록이라면 이래야지.”라는 생각이 있어서, 전형적인 근본의 록을 멋있다고 생각해요. 반면 원빈이는 거기에 트렌디함을 잘 섞어주는 것 같아요. 요즘은 어떤 게 재밌고 멋있는 건지 알려줘서 그런 부분은 많이 배우죠. 저희끼리 했다면 록밴드는 그냥 저퀄리티 뮤직비디오 찍고, 사진도 대충 서서 찍으면 된다고 생각했을 텐데. (웃음) 원빈이 덕분에 성수 쇼케이스, 모데시 파티 같은 새로운 공연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최원빈: 첫 쇼케이스를 성수에서 하자고 했을 때, 형들이 “근데 사람들이 오냐?”고 하셨어요. 근데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재밌었어요.

최석: 저는 아직도 공연에 사람 없을까 봐 긴장해요. (웃음)

각자 해오던 모던 록, 개러지 펑크, 일렉트로닉 등의 음악적 색깔이 새롭게 섞이면서 신선한데 노련한 사운드를 선보이고 있죠. Snake Chicken Soup의 첫 정규 앨범은 각자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최원빈: 일할 때 완벽주의가 있다보니까 늘 정규 앨범 작업이 저한테는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웨터도 5~6년을 했는데 정규 1집 발매를 못했고, 솔로 정규 앨범도 데뷔한지 8년 만에 힘들게 만들었고요. 근데 Snake Chicken Soup 정규 앨범을 만들면서 “그냥 이렇게 단순하고 재밌게 하면 되는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DR: 장난치듯 재밌게 해오다가 정규 1집이 나오니까, 그제야 “Snake Chicken Soup가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라는 게 확 실감 났어요. 이전에는 우리가 너무 대충 하나 싶기도 했는데, 1집을 내고 나니 “조금 더 잘해봐도 되겠는데?”라는 마음도 생겼고요. 무엇보다 이제 단독 공연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최석: 형이 “이제 시작이구나.”였다면, 저는 반대로 “지금 그만둬도 여한이 없다.”였어요. 첫 곡 ‘비켜’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도 멤버들에게 “이 정도로 멋있는 거 하나 남겼으니 이제 그만해도 된다. 나는 하고 싶은 거 다 했다.”고 말할 만큼 만족스러운 앨범이었어요.

밴드 메인 악기인 기타 없이 베이스와 드럼만으로도 강렬한 사운드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묘한 쾌감이 들어요. 기타 포지션이 없기에 작업 과정에서 더 강조하거나 고려하는 부분이 있나요?

최석: 기타가 없어서 좋은 점은 합주를 두 번만 해도 금방 맞는다는 거예요. 기타와 따로 합을 맞출 필요 없이 드럼하고만 호흡이 맞으면 되니까요. 저희도 이런 구성은 처음이라 공연이 끝나고 나면 가끔 기타가 있어야 하나 생각할 때도 있었어요. 기타가 있으면 사운드를 더 쉽게 꽉 채울 수 있는데, 저희는 없으니까 그만큼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그래도 합주 과정까지 생각하면 결국 “그냥 하지 말자.”가 돼요. (웃음)

사운드적 고집이라기보다 극강의 효율을 위한 선택이네요?

최석: 완전히 효율을 고려한 선택이죠. 그리고 이미 세 명이서 이렇게 재밌게 할 수 있는데, 낯선 멤버가 들어와 네 명이 되면 의견이 갈릴 때 2대 2로 편이 나뉠 수도 있잖아요.

최원빈 : 싸울 때도 짝수보다는 홀수가 나아요. (웃음)

Snake Chicken Soup는 모든 곡을 악기와 보컬 더블링, 재녹음 없이 원테이크로 녹음하죠. 원테이크만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요?

최원빈: 장점은 빠르다. 단점은 너무 빠르다. (웃음)

DR: 심지어 ‘더더더’는 뮤직비디오 촬영하다가 셋이 장난치면서 만들었어요.

최원빈: 촬영 준비하는 동안 형들이 손 풀다가 곡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최석: 그럴 때 무조건 폰으로 녹음해 놓고, 바로 작업실에 가서 그대로 다시 치면 작업 끝이에요.

DR: ‘비상사태’도 페스티벌 대기실에서 뭘 두고 와서 “좆됐다.”라고 한 말을 그대로 가사에 썼죠.

원테이크로 녹음하고 나서 다시 하고 싶을 때는 없어요?

최석: 일단 저희는 기타 없이 베이스로만 하는 밴드잖아요. 그 자체로 만들어낸 사운드인데, 기타를 더블링해서 채워버리면 그동안 베이스로 연구해온 게 의미 없어지는 것 같아요. 물론 더블링하면 사운드는 좋아지겠지만, 저희만의 매력은 오히려 사라진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시퀀서 프로그램(DAW)을 쓰면 뭐든 계속 예쁘게 가공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잖아요. 저는 이제 그런 게 지긋지긋해요. 예쁘게 다듬기보다 그냥 찍고, 조금 안 맞는 부분이 있어도 그대로 두는 거죠. 물론 작업 환경 자체는 최첨단 디지털이지만, 그 안에서도 최소한의 인간적인 온기는 남기고 싶어요. 보정을 많이 한 사진보다 대충 찍은 사진에서 더 느낌 있는 것처럼요.

그런 가공되지 않은 질감이 오히려 사운드의 감칠맛을 만드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원테이크 녹음을 고수할 생각인가요?

최석: 저도 그렇게 생각해서 계속 가져가고 싶어요.

멤버들이 새로운 조합으로 활동하더라도, 각자가 쌓아온 음악적 색깔을 따라 리스너들도 여러 팀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겹치는 것 같아요. 기존 활동에서 이어진 팬층의 교집합이 있나요?

최석: 팬들한테 누구 때문에 왔냐고 물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어요. (웃음)

DR: SNS에 한 번 올려보자, 누구 때문에 우리 알게됐냐고.

최원빈: 형들께는 죄송하지만, 제 생각에는 웨터 팬들이 많이 넘어온 것 같지는 않아요. (웃음) 기존 팬들이 유입되었다면 오히려 이디오테잎 쪽이 아닐까요? 그런데 대부분은 Snake Chicken Soup로 저희를 처음 알아주신 분들인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서도 팀 계정은 팔로우하지만, 멤버들의 개인 계정까지 찾아서 팔로우하는 분들은 많지 않거든요.

Snake Chicken Soup를 떠올렸을 때 연상됐으면 하는 이미지가 있나요?

최원빈: 형들을 보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행동하는 데서 오는 편안함이 있어요. 누군가 거리낌없이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저래도 되나?” 싶다가도 묘하게 속이 시원해질 때가 있잖아요. 저희를 보면서도 그런 통쾌한 해방감을 느끼면 좋겠어요.

비주얼적으로도 새로운 펑크의 멋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최원빈: 전형적인 록 밴드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가는 건 저 스스로 조금 느끼하다고 생각해요. 아예 오리지널한 펑크 스타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면? 그냥 뻔하지 않고 재밌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죠.

최석: 저랑 DR 형은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정통 록 밴드의 모습을 보고 “록은 이런 게 멋있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원빈이는 또 달라요. 서로 생각하는 록 밴드의 멋이 다른 거죠. 그게 섞이면서 오히려 전통적인 펑크 록과 현대적인 감각이 공존하는 새로운 비주얼이 나오는 것 같아요.

팀을 지속하는 이유가 ‘재미’라서 오히려 명료하다고 느껴졌어요. 각자가 Snake Chicken Soup에서 느끼는 ‘재미’는 무엇인가요?

최원빈: 저는 형들이랑 공연할 때가 제일 재밌어요. 웨터를 할 때는 신경 쓸 게 너무 많았거든요. 무대도 멋있게 잘하고 싶고, 기타도 쳐야 하고, 멤버들이 잘하고 있나 신경도 쓰이고. 그래서 제 역할을 잘 못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Snake Chicken Soup 무대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서 즐거워요. 놀이터에서 모르는 애들이랑 놀면 조금 긴장되는데, 뒤에 부모님이 있으니까 안심되는 것처럼요.

최석: 다 재밌어요. 원래 귀찮아서 공연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막상 하면 즐겁고, 사람들이 많이오는 것도 너무 신기해요. 지금 이런 화보 촬영이랑 인터뷰도 하는 것도 재밌고요.

DR: 그냥 저희끼리 모여있으면 재밌어요. 합주 날에도 2시간 넘게 수다 떨고, 실제 합주 시간은 보통 30분 정도예요.

다들 수다쟁이라니 의외네요. 보통 이야기 주제가 뭐예요?

최원빈: DR 형이 진짜 토크 주제가 다양해요. 최근에는 전자담배 피우다가 죽은 사람 이런 이야기 해줬던 거 같은데. (웃음)

DR: 유튜브를 많이 보는데 알고리즘이 진짜 중구난방이에요. 저도 제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을 정도로 이것저것 보니까, 진짜 별의별 이야기를 다 해요.

최원빈: 그리고 제가 러시아 공연을 가게 돼서 DR 형한테 예전에 이디오테잎으로 러시아에 갔을 때 이야기가 나왔는데, 현지인이 러시아 여성 팬들을 사로잡으려면 절대 웃지 말라고 조언했다는 게 너무 웃겼어요.

DR: 그래서 러시아 남자들 반이 마르고 무서운 사람, 반이 덩치 크고 무서운 사람이래요. (웃음)

원래 공연할 때 잘 웃는 편이에요?

DR: 저 엄청 많이 웃어요.

최원빈: 발라드 부르는데 계속 웃으시길래 “형, 이거 슬픈 가사예요!” 하니까 “아 그래?” 이러시고… 그리고 합주할 때도 계속 웃으시길래 자세히 봤더니 휴대폰으로 <와썹맨> 보면서 치고 계시고…

DR: 유튜브 중독이 아니라, 저는 머슬 메모리(Muscle Memory)가 가능한지 스스로 테스트하는 중이에요.

최석: 근데 저도 합주할 때 릴스 보면서 해요.

DR: 원빈이는 거울만 봅니다. (웃음)

모두가 멀티플레이어네요. 이것도 효율성의 일부분으로 봐야 하는 거 맞죠? (웃음)

여러 활동을 거쳐 다시 새로운 밴드를 시작하면서, 이전이랑 달라진 태도가 있다면요?

최원빈: 형들한테 음악을 너무 심각하고 진지하게 하지 않기를 배웠어요. 이전 밴드에서는 매 순간 진지하게 했었는데, 여기서 음악을 가볍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법을 알게 됐죠.

최석: 저희는 음악을 오래 했잖아요. 이전처럼 일하듯 진지하게 하다 보면 이것도 언젠가는 괴로워진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창작의 고통을 최대한 느끼지 않으려고 해요. 기타나 베이스 리프도 머리 싸매고 연구하기보다 1분 만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걸 쓰고, 가사도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말을 그대로 적어요.

그동안 밴드를 하면서 진지하게 할수록 서로에게 바라는 것도 많아지고, 그게 아쉬움으로 쌓여 결국 음악 때문에 싸우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어요. 저도 그랬고요. 그래서 오래 하려면 일처럼 진지해지지 않고 재미를 우선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곡이 안 나온다고 고민하기보다 그냥 릴스 하나 찍어서 올린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하는 거죠. 이걸로 꿈을 이루거나 성공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진짜 재미없어지거든요. 그래서 저희끼리는 맨날 “더 잘되면 안 된다.”고 해요. (웃음)

최원빈: 저는 이게 삶에도 적용되는 것 같아요. 연애도 그렇고, 일상적인 것도 너무 타이트하게 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생각만 많아지고 괴로워지죠.

최석: “가지려 하는 자 가질 수 없고 지키려 하는 자 지킬 수 없다.” 이게 진짜 인생의 진리죠.

DR: 저는 원빈이가 늘 해맑아서 원래부터 단순하고 재밌게 사는 친구인 줄 알았어요. 오히려 가끔 너무 진지할 때 놀라요. “왜 저러지, 원래 저런 애가 아닌거 같은데…”

오랜 시간 밴드를 하면서 느낀 밴드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최석: 프로듀서일 때는 말할 기회가 잘 없는데, 밴드는 말을 길게 해도 다 들어줘요. 그리고 인터뷰나 촬영 핑계로 말도 안되는 평소에는 못 입을 말도 안 되는 옷을 살 수 있는 것도 매력이죠. (웃음)

최원빈 : 요즘은 음악부터 이미지와 방향성까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는 아티스트들이 많은데, 밴드는 비교적 독립적인 것 같아요. 멤버들의 생각과 취향을 기반으로 하고 싶은 음악을 직접 만드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밴드가 변해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재밌고요. 각자의 포지션이 명확해서 멤버 개개인의 색깔이 잘 보인다는 점도 매력인 것 같아요.

DR: 제가 외동으로 커서 그런가, 그냥 여럿이서 하는 게 너무 재밌어요. 혼자 결정하고 걱정할 필요 없이 그런 부담을 같이 나눌 수 있잖아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도 하고요. 저한테는 밴드가 마음의 안식처이기도 해요.


여름 밴드 화보 프로젝트인 ‘Summer, Summer, Summer’에서 ‘무더위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컨셉을 맡았어요. Snake Chicken Soup와 이 컨셉의 싱크로율은 몇 퍼센트인 것 같나요?

최원빈: 33%. DR 형은 걷는 것도 싫어하고 집에서 잘 안 나오는데, 저는 밖에 나가는 거 좋아해요.

DR: 소속사에서 이디오테잎의 러닝 플레이리스트 콘텐츠를 만들려는데, 러닝할 때 뭐 듣냐고 묻더라고요. ‘걷지도 않음.’이라고 답했어요. (웃음) 제일 싫어하는 계절이 여름인데, 제가 먹고 살 수 있는 계절도 여름이에요. 그래서 전반적인 싱크로율은 50%이지 않을까.

최석: 무더위가 컨셉이니까 계속 인상 쓰고 있으면 돼서 좋았어요. 평상시 표정이랑 크게 다를 게 없거든요. (웃음) 그래서 아지랑이는 잘 모르겠지만, 무더위의 짜증 이건 100%.

러시아에서 인기 많으셨겠는데요. (웃음)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무더위에 들끓기 좋은 Snake Chicken Soup의 곡이 있다면요?

최원빈: 저희 전곡이 다 뛰어놀기 좋아요. 하나 꼽자면 비상사태.

DR: ‘비상사태’ 가사 때문에, 부모님께 신곡 냈다고 아직도 말씀 못 드렸어요…

저는 ‘K!LL ME’를 들으면 여름의 응원가처럼 심장이 들끓는 느낌이 들어요.최석이 활동했던 게토밤즈의 곡을 리메이크 한 곡이죠. 리메이크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최석: CAM 대표님이 어릴 때부터 펑크를 좋아하셨는데, 원래 이 곡도 정말 좋아하셨대요. 그러다 이 곡이 대전 축구 응원가로 쓰이는 걸 보고 리메이크를 제안해 주셔서 여름에 발매하게 됐어요. ‘대전의 아들’이라는 응원가인데, 대전에서는 오히려 이 응원가로 곡을 아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제가 예전에 했던 밴드의 곡이다 보니, 멤버들한테 알려줄 때 조금 뻘쭘했어요. (웃음)

더운 여름에 펄펄 끓는 보양식을 먹을 때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쾌감이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補陽>은 여름의 든든한 보양식 같은 앨범이죠. 앨범 제목은 팀명에서 착안한 건가요?

최석: <補陽>은 팀명에 뱀이랑 닭이 들어가니까 떠올랐던 제목이에요. 초반에는 뱀이 들어있는 삼계탕 사진을 AI로 만들어서 앨범 커버로 쓰려다가 그 당시에는 구현을 잘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뮤비에서 찍은 사진에 보양을 한자로 크게 넣었죠. 당시에는 한자를 넣은 앨범 커버가 많이 없어서 이색적이고 좋았던 거 같아요.

Snake Chicken Soup는 어떻게 짓게 됐어요?

DR: 최석이랑 먼저 Snake Chicken Soup라는 팀명을 정했었는데, 그냥 단순하게 서로의 띠를 넣어서 지은 이름이에요.

최원빈: 저도 합류 후에, ‘Snake Chicken Monkey Soup’로 바꿔야 하나 싶었는데 그건 좀 아닌거 같더라고요.

최석: 그래서 Snake Chicken Soup로 정하고, 뜻을 물어보면 말 안 하기로 했죠.

DR: 그 때 팀명을 재밌게 활용할 아이디어가 많았어요. 라면수프처럼 치킨 스톡을 MD로 만들고 싶었는데, 식품 위생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실행에 옮기진 못했죠.

Snake Chicken Soup도 페스티벌에서 꽤 자주 볼 수 있는 밴드잖아요. 무더위도 잊을 만큼 관객들과 미친 듯이 놀았던 기억이 있다면요?

DR: 첫 번째 페스티벌 무대였던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석이랑 원빈이가 너무 늦어서 무대 뒤까지 차 끌고 들어왔던 아찔한 기억이 있네요. 가장 더운 오후 3시 공연이었어서 관객들이 올까 싶었는데, 많이 와주셔서 놀랐어요. 심지어 관객분들이 다 노래를 따라 불러주셔서 신기했죠.

최원빈: 작년 원 유니버스 페스티벌도 기억에 남아요. 양쪽이 닫힌 무대라 너무 더워서 한 곡 했는데 네 곡 한 것처럼 힘들었어요. 대신 더운 만큼 더 내려놓고 놀아서 재밌었죠. 그날 찰리 XCX가 헤드라이너였는데, 평소라면 교집합이 없을 것 같은 다양한 장르의 팬들이 한데 모여 같이 노는 모습도 신기했어요.

원빈이 상의를 벗고 무대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에너지가 경이로울 정도예요.

최원빈: 무대 올라가면 제 몸에 걸친 모든 게 답답해요. 솔직히 형들이 안 계셨으면 바지도 벗고 싶어요. (웃음) 그리고 형들이 안정적으로 받쳐주니까 무대에서 더 미칠 수 있을 거 같다는 자신감이 막 생겨요. 덕분에 운동도 열심히 하게 되니까 좋은 것 같아요.

두 분은 상의 탈의에 동참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DR: 볼 때마다 생각은 똑같아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계속 저러네”.

이번 화보에서 '더더더'를 리릭 비디오로 담아냈어요. 이 곡의 어떤 점이 '무더위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과 가장 잘 닿아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DR: 소속사 대표님이 주신 아이디어인데, ‘더더더’를 “무더더더워.”로 연결하면 재밌겠더라고요. 그리고 ‘더더더’ 무대 영상을 보면 가장 반응이 좋고, 저희도 제일 더워 보여요.

의외로(?) 대표님 말 잘 듣는 밴드네요.

최석: 저희 완전 말 잘 들어요. (웃음)

리릭비디오에서 주목해 줬으면 하는 가사 한 구절이 있다면요?

최원빈: “내가 원한 건 다 갖고 싶어 다 가지고 싶어”, “오늘 지나도 다시 오늘이 와 내일도 언젠가 오겠지?”. 이렇게 솔직한 가사가 있을까요?

DR: 저는 가사를 잘 몰라요. 저 가사 어디서 들어본 것 같네요. (웃음)

‘더더더’랑 어울리는 여름의 소리를 하나 꼽는다면요?

최원빈: 매미 소리, 쨍쨍하니 잘 어울릴 거 같아요.

Snake Chicken Soup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여름의 추억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최원빈: 이디오테잎 합주실에서 에어컨 틀고 커피 마시면서 수다 떨기. 사실 뭐 특별한 게 없어요.

DR: 여름에 집에서 잘 안 나가요.

최석: 공연할 때 말고 잘 안 본다니까요! (웃음)

앞으로 여름의 추억을 꼭 만드시길 바랄게요…

각자만의 여름을 나는 방법이 있다면요?

최원빈: 바다에 수영하러 가기.

DR: 너 수영할 줄 알아?

최원빈: 잘 못하는데 그냥 물에 들어가 있는 걸 좋아해요.

DR: 시원한 곳 가기. 주로 시원한 차 안에 있거나 호캉스 가는 거 좋아해요.

최석: 만화카페 가는 거 좋아해요. 요즘 <죠죠의 기묘한 모험>을 재밌게 보고 있어요.

각자 여름이 되면 꺼내 듣는 음악이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DR: Smash Mouth - Pacific Coast Party.

최원빈: KIRINJI - killer tune kills me (feat. YonYon).

최석: 직업 특성상 새로운 노래를 매일 들으니까, 여름이라 듣는 노래가 딱히 있진 않아요. 근데 Snake Chicken Soup는 다시 찾아 듣게 돼요. 스트레스받거나 자존감 올리고 싶을 때, 차에서 엄청 크게 틀어 놓고 “야 나 이런 음악 하는 사람이야.” 하면서 우쭐대는 거죠. (웃음)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해요.

최원빈: 똑같이 계속 공연하고, 앨범 만들고.

그렇다면 다음 앨범 소식을 기대해 봐도 될까요?

최석: 앨범을 낼 때 됐나? 조금만 있다가 내자.

최원빈: 저는 이 질문을 받았기 때문에, 오늘부터 고민해 볼 것 같아요. (웃음)

마지막으로 여름마다 Snake Chicken Soup를 꺼내 듣는 리스너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최원빈: 볼륨을 너무 크게 하면 귀가 안 좋아질 수 있으니 늘 적당하게 조절하세요!

DR: 감사합니다.

최석: 행복하시고, 자주 찾아주시고, 많이 들어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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